SVB파산과 국내 스타트업

1983년 10월에 설립된 미국의 대표적인 벤처 은행 중 하나
불과 36시간만에 스마트폰을 이용한 뱅크런 사태
시장의 심리적 위축이 더욱 문제

신현승 기자 승인 2023.03.16 10:32 의견 0

SVB(Silicon Valley Bank)는 1983년 10월에 설립된 미국의 대표적인 벤처 은행 중 하나로, 주로 미국 서부지역 스타트업과 벤처 기업들에게 자금 지원과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던 금융기관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은행중 16위권의 자산규모(약 2090억 달러)를 보유했었다. 지난 10일,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사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출처 : SVB은행 홈페이지 캡처

SVB의 파산으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은 당연히 스타트업과 벤처 기업들이다. SVB는 이들 기업들에게 유동성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따라서, SVB의 파산으로 인해 이들 기업들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그들의 성장을 저해할 수 밖에 없다.

또한, SVB는 미국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 중 하나로, SVB의 파산은 이들 기업들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미국 경제가 이미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SVB의 파산 원인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되지만, 특히 고금리 충격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고객의 대규모 예금 인출로 이어지면서 파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월스트리트저널)등 외신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기간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기술기업들에 몰리면서 SVB의 총예금은 2021년에만 무려 86% 급증했다고 한다. 문제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지난해 미 연준이 잇따라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금리가 급등했고, 이에 돈줄이 막힌 기술기업들의 예금 인출이 늘었다는 점이다.

금융 기관은 안정성과 신뢰성이 제일 중요한데 최근 몇 년간 SVB 내부의 경영 방침 및 신용 위험 관리에 대한 문제도 심각했다. 미국 국채는 안정적인 투자자산이지만, 금리가 급상승하면서 국채의 평가가치가 하락하고 결국 예금 인출에 필요한 자금으로 인해 보유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을 매각하면서 평가손실로 머물던 손실규모가 확정손실이 되면서 결국 큰 손실이 현실화되고, 이를 슬랙 등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접한 예금주들이 뱅크런(대규모예금인출)을 스마트폰으로 불과 36시간에 마치면서 미 금융당국의 SVB폐쇄로 이어진 것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SVB 예금주들이 인출하려 시도한 금액은 420억 달러였고, 이틀 만에 SVB는 파산하였다. 이와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스마트폰 뱅킹으로 인한 예금 인출은 과거 금융위기 당시와는 다른 현상이며, 최근 가상화폐 거래은행 실버게이트 청산 등 악재와 함께 금융 산업 변화의 한 예시라고 WSJ은 분석하고 있다.

SVB의 파산은 미국의 창업 기업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SVB의 자금지원이 기반이 되어 다른 금융 기관에서 자금을 유치하는 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SVB가 파산하면서 기업들은 다른 금융 기관에서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SVB 파산은 창업 생태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SVB는 창업 기업들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으며, 이제 이 역할을 대체할 다른 금융 기관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창업 기업들의 생존과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의 벤처투자업계에서는 SVB 파산이 국내 스타트업에 끼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벤처투자(KIVC)는 국내 VC의 해외 벤처투자 시, 투자 대상 스타트업의 거래은행 분산 요청 등 리스크관리 강화 기조가 예상된다며 SVB 파산이 한국 스타트업에 미치는 직접 영향력은 작을 것으로 추정되나, 이번 사태로 인해 미국 벤처 시장 위축 우려되며 국내 벤처 업계까지 확산 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부가 약속한 예금 지급 약속에 스타트업의 예금 또한 포함돼 있으며, 보증보험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며 "현재 SVB에 요청 시 즉시 모든 예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내 VC 업계 관계자는 SVB 시스템은 한국에선 나올 수 없는 구조라며 다만 글로벌 경기와 투자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간접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를 전하기도 한다.

결국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시장의 심리적 위축이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투자시장과 금융권 대출이 더 어려워지는 계기가 되는 것이 국내 스타트업에 끼치는 가장 큰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른 더욱 치밀한 자금조달 계획과 더불어 특히 글로벌 네트워크로 확장을 꾀했던 기업은 당분간 시장의 추이를 관망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