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잊을 만 하면 문제로 떠오르는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논란. 지난 2월에는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 측의 아이디어를 도용하고, 비상교육이 슬링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어플의 디자인 및 주요 기능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번에는 문어발 식 확장 운영으로 논란이 됐던 굴지의 대지업 카카오가 스타트업의 기술을 탈취하기 위해 해킹을 시도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4월 골프장 기록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스마트스코어는 카카오의 골프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 카카오VX를 자사 소프트웨어 해킹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스마트스코어 측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카카오VX가 사내 소프트웨어 관리자 시스템에 2년 동안 총 801회 접속을 시도했고, 그 중 577회 무단 침이베 성공했다고 설명하며, 이는 자사의 자산과 노하우를 빼내려는 해킹이라고 주장했다.
카카오VX로 특정됐던 이유는 스마트스코어가 회사 내부망 접속 IP 조사를 시행하던 과정에서 카카오VX 본사로 추정되는 IP 주소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스마트스코어는 지난 2015년 태블릿PC로 골프 점수를 기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전국 140여 골프장에 프로그램을 납품하고 있다.
카카오VX는 2021년 골프 기록 관리 프로그램을 출시한 바 있는데, 스마트스코어 측은 카카오의 프로그램도 자사 제품을 베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스마트스코어는 지난 2월 카카오VX를 상대로 부정경쟁 행위와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가처분 신청과 민사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이번에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건까지 더해졌다.
해당 의혹이 공론화되자 카카오VX는 지난달 21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스마트스코어에서 당사로 이직한 직원이 스마트스코어의 관리자 페이지에 접속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재발 방지에 힘쓰고 스마트스코어와 원만한 합의를 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스마트스코어 측은 "IP 주소 4개가 반복적으로 수백 회 접속했다는 것은 고의적인 해킹"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카카오VX의 사과는 한 직원의 행위나 단순 관리 소홀로 몰아가려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정황과 증거를 업계에 상세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카카오VX가 스마트스코어를 고의적으로 해킹했다는 증거가 추가로 발견됐다.
스마트스코어는 내부 테스트를 위해 지난 2021년 가상의 골프장을 설정하고, 테스트가 끝난 후 관리자 페이지에서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스마트스코어가 지난 2월 카카오VX를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 행위 등 금지청구 소송 및 가처분 신청에 대해 카카오VX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는 스마트스코어의 가상 골프장에 대한 단체팀 기록이 포함돼 있었다.
스마트스코어 관계자는 "2021년 당시 카카오VX가 당사 시스템을 고의적이고 조직적으로 해킹한 데 이어 캡쳐까지 해 내부 개발 툴에 보관하고 있던 것"이라며 "현재까지 관리되고 있는 내부 개발 툴을 일부 직원만 무단 접속에 관여했다는 주장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스마트스코어 측에 따르면 카카오VX 테스트 데이터에 기재된 이름이 모두 스마트스코어 직원명이며, 단체명도 모두 스마트스코어를 의미하는 단어였다.
한편 카카오VX는 골프 관련 사업을 확장하며 다른 소송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달 12일 특허법원은 골프존이 카카오VX와 SGM을 상대로 낸 특허권 침해 금지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카카오 VX와 SGM이 골프존의 스크린골프 장치에 관한 특허(비거리 조정 시뮬레이션 기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두 회사에 특허침해 관련 제품을 모두 폐기하고, 골프존에 카카오VX가 19억2000만원, SGM가 14억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도용 논란이 지속되자 피해 기업이 책임을 입증해야 하는 현재의 제도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특허청은 기술 침해 분쟁이 발생하면 분쟁 당사자 양측이 확보한 증거를 함께 공개하는 제도인 디스커버리 제도를 활용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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